
싸움을 "놀이"로 포장한 신종 학교폭력이 번지고 있습니다. 싸울 의사 없는 상대에게 싸움을 강요하고, 그 장면을 촬영한 뒤 "서로 합의했다"는 영상을 남기는 방식 —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를 '야차룰'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분석에서는 최근 3년간 신종 학교폭력 심의가 490건, 피해학생 684명, 가해학생 1,23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수법이 교묘해지는 가운데, 세종시교육청 학교지원본부는 최근 학교폭력 전담조사관과 화해중재지원단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워크숍을 열고 공정한 조사와 갈등의 교육적 해결에 나섰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야차룰'의 실체와 숫자, 그리고 부모와 학생이 꼭 알아야 할 법적 현실을 정리했습니다.
📌 이 글의 핵심 요약
- '야차룰' — 합의로 포장한 뒤 맨주먹 싸움을 강요하고 촬영·유포하는 신종 학교폭력
- 최근 3년간 신종 학폭 심의 490건, 피해학생 684명, 가해학생 1,232명 — 신체폭력 포함 비율 88.8%
- 가해학생 조치의 77.7%는 서면사과·접촉금지·학교봉사 등 경조치, 출석정지 이상 조치는 해마다 감소
- 2026년 실태조사 피해응답률 2.9% (초등 7.5%, 중등 3.3%, 고등 1.2%) — 언어폭력이 37.2%로 가장 많음
- '합의했다'는 말은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 합의 각서를 써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
- 세종·인천 등 교육청은 기획·조장·촬영·유포·구경까지 조사 대상으로 예방 체계를 강화 중
1. '야차룰' — 합의로 포장된 신종 학교폭력
'야차룰'은 규칙이나 보호장구 없이 맨주먹으로 싸우는 방식을 뜻하는 은어입니다. 경찰은 이를 "실제 폭력을 놀이나 격투처럼 정당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9월 이 같은 싸움을 신종 학교폭력으로 경고하고 관내 학교 예방교육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전국 대표사례를 분석한 결과, 싸움 강요와 촬영·유포, 신고를 막는 협박이 맞물리는 구체적인 양상이 확인됐습니다.
세종시 지하주차장 — "재미없다, 다시 싸워"
중학생 두 명의 몸싸움을 지켜보던 고등학생이 25초 만에 싸움을 끊고 "재미없다, 다시 싸워"라며 재촉했습니다. 싸움은 격해졌고, 참여한 학생은 이후 얼굴을 반복해서 맞아 코뼈가 골절됐습니다.
경기도 중3 — 협박으로 돌아온 '동의 영상'
'인원수만 맞춰달라'는 부탁에 나갔다가 구경꾼 20여 명을 보고 달아났지만, "학교로 찾아가 때리겠다"는 협박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거부하자 무릎을 꿇거나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택시비를 내라는 요구가 돌아왔습니다. 신고하지 않겠다는 동의 영상을 찍은 직후,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싸움 영상, 돈벌이 수단으로도
싸움 영상은 또래 사이의 볼거리를 넘어 돈벌이 수단으로도 이용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으로 SNS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미공개 영상을 내세워 불법도박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공통된 구조가 있습니다. 싸울 의사 없는 상대에게 싸움을 강요하고, 대결 장면을 일방적으로 촬영한 뒤, "미리 합의했다"는 영상을 남겨 신고까지 막는 것. 당사자끼리 겨루는 놀이처럼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학생이 싸움을 부추기고 촬영하는 학교폭력이라는 지적입니다.

2. 숫자로 보는 심각성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이 교육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2024학년도부터 최근까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심의한 신종 학교폭력은 총 49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 항목 | 수치 | 비고 |
| 신종 학폭 심의 건수 | 490건 | 피해학생 684명, 가해학생 1,232명 |
| 신체폭력 포함 비율 | 88.8% | 심의 1건당 평균 2개 유형 중복 적용 |
| 언어폭력 / 강요 / 사이버폭력 | 42.7% / 28.8% / 18.6% | 사이버폭력 포함 비율 2024학년도 14% → 2026학년도 20% |
| 경조치(서면사과·접촉금지·학교봉사) | 77.7% | 조치 1,961건 중 1,523건, 학생부 기재 유보 |
| 중조치(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 | 9.8% | 193건에 불과, 출석정지 미만 조치는 90.2% |
| 출석정지 이상 (가해학생 100명당) | 20.6건 → 15.7건 → 12.6건 | 2024학년도 → 2025학년도 → 2026학년도, 감소세 |
| 치료·요양 보호조치 (피해학생 100명당) | 10.8건 → 19.3건 | 1.8배 증가 — 피해의 심각성 방증 |
눈에 띄는 대목은 조치는 낮아지는데 피해는 깊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해학생 1,232명 중 최소 794명(64.4% 이상)은 학생부에 기재되는 4호 이상 조치를 받지 않았습니다. 반면 피해학생 100명당 치료·요양 보호조치는 1.8배로 늘었습니다.
202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전국 피해응답률은 2.5%에서 2.9%로 상승했고, 학교급별로는 초등 7.5%, 중등 3.3%, 고등 1.2%였습니다.
| 항목 | 수치 | 비고 |
| 피해 유형 1위 | 언어폭력 37.2% | 집단따돌림 17.3%, 신체폭행 15%, 사이버폭력 7.9% |
| 피해 장소 1위 | 교실 27.2% | 복도·계단 17.3%, 운동장 9.6%, 사이버공간 7.4% |
| 피해 사실 알린 대상 | 교사 35.6%, 가족·친척 34.5% | 경찰·상담기관 등 외부기관 신고는 6.7%에 그침 |

3. "'합의했다'는 말의 함정 — 법적 현실
학생들 사이에는 "쌍방이 합의해 싸우기 때문에 야차룰로 싸우다 다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돌아다닙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합의 각서는 면죄부가 아닙니다
싸우기 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문구를 적었다고 처벌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상해죄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폭행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구류·과료입니다. (성인을 포함한 법정형이며, 학생에게 곧바로 선고되는 형량은 아닙니다.)
폭행과 상해는 다르게 다뤄집니다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상해죄에는 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때린 횟수와 부위, 영상 속 중단 요청, 병원 기록, 고의와 결과의 인과관계를 함께 살핍니다. 멍이 보이지 않아도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긴 정도에 따라 상해 판단이 가능합니다.
나이에 따라 처분이 갈립니다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형벌을 선고하지 않습니다. 다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소년보호절차(보호자 감호 위탁, 보호관찰, 수강명령,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촉법소년이라 처벌이 없다'는 말은 형벌이 없다는 뜻일 뿐, 보호절차까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학교폭력에 따른 교육적 조치도 별개로 적용됩니다.
싸우지 않아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싸움 주선과 촬영 영상 유포까지 별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청 안내에 따르면 싸움을 기획·조장하거나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행위, 촬영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심지어 구경·응원 행위도 구체적인 가담 정도에 따라 학교폭력 사안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학부모는 자녀 때문에 곧바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손해배상 책임이 따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싸움 영상을 보여주거나 '야차룰'에 연루됐다는 말이 나오면, 먼저 "합의했다"는 말의 법적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4. 교육청의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학교지원본부(본부장 이주희)는 최근 충북 옥천 일원에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과 화해중재지원단을 대상으로 '2026년 역량 강화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단순한 이론 전달에서 벗어나 현장 조사 보고서 작성, 실전 갈등 중재 시연, 사례 기반 팀별 토론, 심리·정서 치유 프로그램까지 결합한 종합 연수로 진행된 점이 특징입니다.
- 오전 — 화해중재부 변호사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사안조사 방법'을 강연. 보고서 작성법과 증거 수집 시 핵심 유의사항을 전달해 조사의 객관성과 절차적 완결성을 높이는 데 초점
- 이어 — 화해중재지원단의 갈등 중재 단계 시연. 참석자들이 관계회복 대화모임에 직접 참여·참관하며 처벌 위주를 넘어 교육적 해결을 이끄는 실전 중재 기법 체득
- 오후 — 상근직 전담조사관 중심 4개 팀별 협의회. 조사 현장의 애로사항과 민원 대응 노하우, 화해중재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현장 맞춤형 대응 방안 논의
- 마무리 — 감정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에 지친 조사관·지원단을 위한 심리 회복 프로그램으로 재충전
💡 이주희 학교지원본부장
"학교폭력 사안의 공정한 조사와 갈등의 교육적 해결은 건강한 학교문화를 만드는 핵심 요소"라며, 전담조사관과 화해중재지원단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교육공동체가 신뢰할 수 있는 학교폭력 대응·관계회복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시교육청도 달라진 대응을 보여줍니다. 지난해부터 관련 사안을 접수·처리해 왔고, 올해 7월 관내 전체 학교에 예방 안내를 시행한 데 이어 최근 예방교육 협조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학교전담경찰관과 연계해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경찰에는 취약지역 순찰 강화와 정보 공유를 요청했습니다. 전국교육감협의회도 최근 제주에서 열린 회의에서 '야차룰' 등 신종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주요 현안으로 다루고 시도교육청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맺음말. '야차룰'은 합의로 포장된 강요이고, 숫자는 그 심각성을, 교육청의 변화는 대응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아이에게 "합의했다"는 말이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 구경과 촬영도 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피해가 의심된다면 교사·가족뿐 아니라 학교전담경찰관과 학교폭력 신고 채널(117)에도 알릴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주세요. 신고가 막히는 순간, 폭력은 다음 피해자를 찾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야차룰'에 합의하고 싸우면 정말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합의 각서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동의가 자유로웠는지, 협박·강요가 있었는지를 따지고, 싸움을 주선·촬영·유포한 행위는 별도의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상해가 발생하면 상해죄가 검토되며, 폭행죄와 달리 상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공소 제기가 가능합니다.
Q. 싸움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교육청 안내에 따르면 싸움을 기획·조장하거나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행위, 촬영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심지어 구경·응원 행위도 구체적인 가담 정도에 따라 학교폭력 사안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Q. 가해학생 조치가 경조치면 학생부에 기록이 남나요?
A. 서면사과(1호)·접촉금지(2호)·학교봉사(3호)는 이행 시 학생부 기재가 유보됩니다. 분석 결과 신종 학폭 가해학생 1,232명 중 최소 64.4%는 학생부에 기재되는 사회봉사(4호) 이상의 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피해 사실을 어디에 알리면 되나요?
A. 실태조사에서 피해 사실을 알린 대상은 교사(35.6%)와 가족·친척(34.5%)이 가장 많았고, 경찰·상담기관 등 외부기관 신고는 6.7%에 그쳤습니다. 학교전담경찰관이나 학교폭력 신고 채널(117)을 통해서도 알릴 수 있으며, 치료·요양이 필요하면 피해학생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