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40만 명이 넘는 도시인데도 ‘대도시’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북 구미시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인구 기준 문턱에는 못 미치고, 면적 기준에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면적 기준을 절반으로 낮추는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구미를 비롯해 원주·아산·진주 등 비수도권 4개 도시에 대도시 특례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아직 법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제안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지금 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고, 특례가 되면 시민 생활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합니다.
📌 핵심 요약
• 현행 대도시 특례 기준은 인구 50만 명 이상, 또는 인구 30만 명 이상이면서 면적 1,000㎢ 이상인 시입니다
• 국회 입법조사처는 면적 기준을 500㎢로 완화하면 구미·원주·아산·진주 4개 도시가 새로 특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특례가 되면 도시관리계획 결정,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 일부 사무를 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 실제 적용까지는 국회의 법률 개정과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하며, 아직 확정된 지정은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월 19일 ‘비수도권 거점도시 육성을 위한 대도시 특례제도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현행 제도의 한계와 개선 시나리오를 정리한 것으로,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토대로 기준 완화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제안은 대도시 간주 면적 기준의 완화입니다. 현재 인구 30만 명 이상 도시에 적용되는 면적 기준 1,000㎢를 500㎢로 낮추자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준이 적용되면 구미·원주·아산·진주 등 비수도권 4개 도시가 새롭게 대도시 특례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구미시는 이미 개선안의 인구와 면적 요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구미시 주민등록 인구는 40만2,774명, 면적은 615.63㎢입니다. 원주도 인구 36만 명을 넘겼지만 면적이 약 868㎢에 그쳐 현행 1,000㎢ 기준에는 미달합니다. 면적 기준이 500㎢로 낮아지면 두 도시 모두 문턱을 넘게 됩니다.
현행 기준, 왜 4개 도시가 막혔나
대도시 특례는 인구 규모가 큰 시에 광역 단위에 준하는 일부 행정 권한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름만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시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사무가 늘어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행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현행 기준 | 문제점 |
| 인구 기준 | 인구 50만 명 이상인 시 | 수도권 대도시에 유리하게 작용 |
| 면적 보완 기준 | 인구 30만 명 이상 + 면적 1,000㎢ 이상인 시 | 면적 충족 시 전국 8곳뿐, 인구까지 갖춘 곳은 포항 하나 |
| 개선안 | 인구 30만 명 이상 + 면적 500㎢ 이상으로 완화 | 구미·원주·아산·진주 4곳 신규 포함 분석 |
보고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같은 인구 기준을 적용한 결과 특례 지위가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진단합니다. 특례시 5곳 가운데 창원을 제외한 4곳이 경기도에 있고,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14곳 중 9곳이 수도권이라는 것입니다. 면적 보완 규정도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새로 포함될 수 있는 4개 도시
| 도시 | 왜 주목받나 | 그동안의 움직임 |
| 구미 | 인구 40만2,774명, 면적 615.63㎢로 개선안 요건 충족 | 2022년 4개 도시 업무협약, 지난해 12월 국회 공동포럼 |
| 원주 | 인구 36만 명 이상, 면적 약 868㎢로 현행 기준 미달 | 10월 29일 시민사회단체협의회 기자회견으로 촉구 확산 |
| 아산 | 인구 30만 명 이상 비수도권 거점도시로 분석 | 4개 도시 공동 건의에 참여 |
| 진주 | 인구 30만 명 이상 비수도권 거점도시로 분석 | 4개 도시 공동 건의에 참여 |
4개 도시는 2022년 기준 완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국회에서 공동포럼을 열어 인구 30만 명·면적 500㎢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는 법률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후에도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경북도 등을 대상으로 건의를 이어왔습니다. 원주에서는 10월 29일 사회단체협의회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조사처 연구결과를 근거로 법 개정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례를 받으면 뭐가 달라지나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특례에는 도시·군 관리계획 결정과 변경, 도시개발구역 지정, 조례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지역진흥산업계획 수립 등이 포함됩니다. 원주 사례로 거론되는 권한에는 도시계획, 산업입지, 교통과 환경 분야의 광역 단위 자체 권한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도를 거치지 않고 시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 행정 절차가 줄고 정책 추진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입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대도시 특례는 광역시 승격이 아니고, 자동으로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권한 이양에 걸맞은 조직과 재정, 인력 준비가 뒤따라야 실질적인 효과가 납니다. 원주 지역 지적처럼, 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 설득과 함께 권한 이양에 대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례시 기준 완화 논의도 함께 진행 중
대도시 특례와 별개로, 더 큰 규모의 ‘특례시’ 인정 기준 완화 논의도 같은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보고서의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비수도권 특례시 기준을 70만 명으로 낮추면 청주와 천안이, 50만 명까지 낮추면 청주·천안·전주·김해가 특례시가 되어 전체 특례시는 9곳이 됩니다. 어느 시나리오를 택하든 비수도권에서 새로 추가되는 특례시는 2~4곳으로, 현재의 수도권 4곳·비수도권 1곳 구도를 완화하거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보고서는 앞으로의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비수도권 거점도시 육성을 위해 지역 여건과 행정수요를 고려해 특례 기준을 차등 적용할 것. 둘째, 특례시 인정 기준을 인구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행정수요와 권역 내 거점 기능을 함께 반영해 다양화할 것. 셋째, 생활인구와 통근권, 산업·고용 규모,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 같은 지표를 기준에 반영할 것. 일본 지정도시 제도가 참고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한편 2022년 도입된 시·군·구 특례 인정 제도는 아직 지정 사례가 없습니다. 구미·천안·아산·당진 4개 시가 모두 10개 사무를 신청했지만, 관계 부처는 이 가운데 9개에 반대 의견을 냈고, 심의는 3년 넘게 ‘계속 심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입니다. 기준 완화 논의가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제도 전반의 신뢰 문제와 연결돼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의 절차와 관전 포인트
실제 특례 적용까지는 국회의 관련 법률 개정과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원주 지역구 송기헌·박정하 의원은 2024년 11월 대도시 면적 기준을 500㎢로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가 나온 지금,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심사될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시민 입장에서 확인할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 도시가 개선안 기준에 해당하는지. 둘째, 특례로 넘어오는 사무가 정확히 무엇인지. 셋째, 권한 이양 뒤 인허가나 민원 처리 속도가 실제로 빨라지는지. 넷째, 특례 지정이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특정 도시만의 혜택에 그치는지.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국회의 몫이라는 보고서의 말처럼,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맺음말
구미·원주·아산·진주에 대한 대도시 특례 논의는 ‘인구가 적어서’라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같은 잣대가 지역에 따라 다르게 작용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면적 기준 500㎢ 완화안은 그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제안이지만, 아직 법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국회 심의와 정부 협의, 그리고 각 도시의 실행 준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례가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권한으로 이어질지, 이름만 바뀌는 데 그칠지는 그 이후의 준비에 달려 있습니다.
Q&A
Q. 대도시 특례와 특례시는 같은 것인가요?
A. 아닙니다. 대도시 특례는 인구 50만 명 이상이거나 인구 30만 명 이상·면적 기준을 충족하는 시에 주는 권한이고, 특례시는 그보다 큰 규모의 시에 주는 지위입니다. 이번 논의는 두 제도의 기준 완화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Q. 구미가 지금 바로 대도시가 된 것인가요?
A. 아닙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의 제안 단계이며, 실제 적용에는 법률 개정과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Q. 면적 기준이 500㎢로 낮아지면 어떤 도시가 새로 포함되나요?
A.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구미·원주·아산·진주 등 비수도권 4개 도시가 새롭게 대도시 특례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Q. 특례를 받으면 시민 생활에 무엇이 달라지나요?
A. 도시관리계획 결정,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 일부 사무를 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어 행정 절차가 줄고 정책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광역시 승격이나 자동적인 예산 증가는 아닙니다.
Q. 앞으로 무엇이 관건인가요?
A.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의 심사와 정부 협의, 그리고 각 도시가 권한 이양에 대비한 실행 전략을 갖추는지가 관건입니다.